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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처럼 포옹하는 주인과 손님…믿음으로 되살린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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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6-10 02:09 조회3,5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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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시이 빵가 아리마스요.(맛있는 빵이 있습니다.)” 지난 4월20일 오전 10시께 일본 지바현 지바시 니시치바역 앞. ‘부엉이 광장’이라고 불리는 작은 공원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퍼졌다. 근처 유리노키 상점가의 피너츠클럽 회원들이 매달 셋째 토요일에 여는 제3토요시장이 섰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이들 극장’이라는 어머니 모임이 마련한 사회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치원생·초등학생들이었다. 모임의 기노시타 아야코 대표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일해서 돈을 버는 일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려 3년 전부터 토요시장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루하바(안녕) 팔레스티나’ 회원들도 나와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자수를 놓은 천과 올리브유, 비누 등을 팔았다. 단체 대표 오카 미유키는 “지바대학의 팔레스타인 유학생들을 통해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삶과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분쟁지역이라 잘못 알려진 이들의 참모습을 알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현대 니시치바 회의’ 회원이라는 다나베 마사토와 하라다 쇼타로는 “2년 전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재해 때 주민들이 함께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며 자신들의 지역운동 내용을 홍보했다. 토요시장 준비·운영 등의 자원봉사에 나선 지바대 학생들은 지진 피해를 입은 미역양식 어민들을 위해 미역 판매를 거들었다. 오후 3시까지 열린 토요시장에는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를 파는 농민, 어머니가 모아둔 오래된 그릇을 들고나와 파는 주민도 있었다. 하지만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어울리는 광장에 가까웠다. 물건을 사고팔 때도 “아미고”(친구)라고 부르며 악수하거나 껴안았다. 토요시장은 2000년 4월 쇠퇴하던 유리노키 상점가가 ‘피너츠’라는 지역통화를 도입한 뒤 12월부터 매달 열어온 벼룩시장이 발전한 것으로, 이날로 99회째를 맞았다. 5월18일이면 100회째 장이 서게 된다. 피너츠클럽에서 만난 상점가 상인들과 주민들이 정기 모임을 하고 지역단체들이 활동 내용을 홍보한다. 상점가와 맞대고 있는 지바대학 학생들도 토요시장 홍보를 거들면서 노년층이 많은 주민들과 세대간 벽을 허물고 있다. 지역통화가 도입된 건 1990년대 말 경기침체와 고령화, 인구감소에다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미쓰코시·소고 등 대형 백화점들의 압박 등으로 쇠퇴해가던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유리노키 상인회 회장이었던 가이보 마코토는 “손님 발길이 거의 끊어지고 거리는 적막강산이다시피 했다. 지금은 사람 사는 맛이 나는 활기찬 거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피너츠 지역통화는 손님이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주인은 5~10%쯤 값을 깎아주고, 대신 손님은 할인받은 금액만큼 ‘피너츠’를 주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제 화폐가 오가는 것이 아니라, 장부에 기록돼 수치로만 남는다. “깎아주기만 해서는 할인매장과 차별성이 없다. 깎아준 만큼 피너츠라는 가상의 화폐를 매개로 주인과 손님 사이에 마음의 채권·채무관계가 생기고, 이 때문에 손님이 다음에 그 가게를 또 찾게 되면서 단골로 발전한다.” 피너츠클럽 사무국장 요시카와 료(31)의 설명이다. 그는 “피너츠로 주인과 손님의 관계뿐 아니라 손님과 손님 사이에도 관계가 형성돼 지역 전체의 커뮤니티로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15명뿐이었던 회원이 지금은 온라인 회원까지 합쳐 4000여명에 이른다. 유리노키 상점가는 물론 이웃 상가지역까지 가게 60여곳이 피너츠를 거래한다. 회원들은 피너츠 점수를 이용해 다른 회원에게 휴가 때 애완견을 맡기거나 장보기, 병원에 어르신 모셔다 주기 등의 봉사를 부탁할 수 있다. 창업하려 해도 자금이나 신용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젊은이들이 피너츠 점수를 활용해 가게 옥상 등의 빈 공간을 빌리거나 노년층을 상대로 컴퓨터 교실을 열었다가 사회적기업으로 키운 예도 있다. 피너츠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면서 맺었던 인간관계 덕분에 이벤트 기획 사업에 도움을 받은 사례도 있다. 노년층이 많은 지역이어서 세대간 교류를 위해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들도 피너츠클럽과 토요시장에 참여시키고, 정년퇴직자들이 경력을 살려 지역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토요시장 자원봉사에 나선 지바대 대학원생 니시자키 쇼헤이는 “마을 만들기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데, 피너츠클럽과 토요시장이 내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요시장에는 지바현과 이웃한 이바라키현의 원전마을 도카이무라 주민 대표들도 찾아와 피너츠클럽의 지역통화 운영 실태를 살펴보기도 했다. 지바(일본)/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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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하라 서포트센터 부대표“피너츠는 돈이 아닌 커뮤니티”“물건값 얼마나 깎느냐보다
주민 소통의 수단으로 의미” “지역통화 피너츠가 만약 돈처럼 교환가치가 있는 화폐나 증권이라면 사람들은 이를 쓰기보다 모으려 했을 겁니다. 그래선 순환이 안 됐을 거예요. 지역 주민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덕분에 지금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 지바현 지바시 니시치바의 유리노키 상점가에 지역통화 ‘피너츠’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던 구리하라 유지(63·사진) ‘지바 마을만들기 서포트센터’ 부대표는 4월20일 피너츠가 꾸준히 기능해온 연유를 소개했다. 2000년대 초 정부 지원에 힘입어 한때 일본에서 600~700개의 지역통화가 붐을 일으켰다가 대부분 쇠퇴했지만, 피너츠만이 살아남아 활용되는 비결에 대해, 그는 피너츠가 ‘행정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출발한데다, 사용이나 운영 방식이 간편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점’을 꼽았다. 지바의 특산물인 땅콩에서 이름을 따온 지역통화 피너츠는 처음엔 쿠폰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쿠폰을 분실하는 일이 잦아 피너츠 점수를 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누리집 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구리하라 부대표는 “피너츠클럽 회원들이 악수하거나 껴안으며 인사하는 것도 다른 지역통화와 차별화된 방식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공동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한다. 물건값을 얼마나 깎아주느냐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주 만나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본의 실정에 맞는 지역통화를 찾으려고, 1999년 2월 서포트센터 설립에 참여했던 초대 회장 엔도 야스히로 지바대 건축과 교수 등 센터 이사들과 함께 지역통화의 본고장인 영국에 가서 운영실태를 살펴보기도 했다. 유리노키 상점가를 고른 배경을 두고는 “소규모인데다 상인회 조직이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상인들이 뭔가 해보려는 의욕도 충만해, 지역통화를 실험할 곳으로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서포트센터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공동체 사업(커뮤니티 비즈니스)을 매개로 마을 만들기에 나설 수 있도록 연구 및 정책제안 활동을 하는 지바지역의 대표적 비영리단체다. 도시계획·지역경제·건축 등을 전공한 교수와 관료 출신 이사 12명이 운영을 맡고, 회원 50여명의 후원회비와 기부금 등으로 운영비를 마련한다. 후생노동성 위탁사업으로 사회적기업가 양성사업 강좌 프로그램도 맡고, 청년층에게 공동체 사업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상담과 정보, 자료 등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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